2023/05 30

큰꽃으아리

완전히 다시 살아난 큰꽃으아리 봄철 산야에 피는 꽃 중 어쩌면 가장 큰 야생화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큰 꽃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겠다고 화분에 심었다가 거의 빈사상태가 되었었다. 주목나무 밑에 다시 심어서 맨 땅에 뿌리를 다시 내린 큰꽃으아리 건강하게 자라서 올해 활짝 핀 꽃들을 보니 언젠가는 주목나무를 온통 뒤덮을 큰꽃으아리를 기대해 본다.

덜꿩나무

2016년 북한산 자락에서 처음 본 후 창덕궁에서 다시 만난 덜꿩나무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 사진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처음 보았을 때는 잔잔한 작은 꽃들이 가지 끝에 취산꽃차례로 피는 것이 너무 아름다워서 분재로 하나 키워보고 싶었었다. 나무 전체를 온통 하얀 꽃으로 덮은 듯한 모습과 빨갛게 익은 열매가 아름다워서 덜꿩나무는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빨갛게 익은 열매를 들꿩이 좋아한다고 해서 '들'의 경상도식 발음인 덜꿩나무로 부르게 되었다는데... 당시에는 들꿩나무를 화원에서 보지 못하고 꿩대신 닭이라고 라나스덜꿩나무를 샀었다. 꽃도 더 크고 아름다워서 애지중지했지만 겨울철 관리를 잘못해서 냉해로 보내버려서 아쉽다. 요즘은 덜꿩나무도 묘목으로 많이 팔고 있지만 창덕궁에서 맡은 덜꿩나무 꽃냄새가 지린내 비슷..

인왕산 화재현장을 보다.

2023년 4월 2일 인왕산에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 생활 40여 년에 서울 도심에서 산불을 볼 줄이야... 소방헬기 두대가 숨 가쁘게 오고 가는 것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다. 1972년 학창 시절에 산불을 끄러 갔었던 경험이 있어서 더욱더 그러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인왕산을 찾았다가 목도한 참혹한 현장에 가슴이 미어졌다. 온통 잿더미가 되어버린 숲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 널브러져 타버린 소나무는 마치 숯막을 방불케 했다. 홍지문쪽에서 오르는 기차바위 초입까지 화기로 인해 소나무는 노랗게 변해버렸다. 그래도 반쯤 타나 남은 소나무는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그것이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기차바위에서 내려다본 인왕산 북서쪽 사면의 개미마을까지 타 내려갔지만 민..

보리수나무

어린시절 잘 익은 빨간 열매를 훑어 손안 가득 모이면 한 입에 털어 넣었던 보리수 작은 열매 표면에 하얀 반점이 있는 보리수나무 그래서 우리는 포리똥나무라 불렀다. 반점이 파리똥처럼 보여서 그렇다는 것이다. 흔히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뜰보리수와는 다르다. 뜰보리수 열매는 크고 길다. 그러나 보리수나무 열매는 고작해야 직경이 5mm 조금 넘을까 하다. 약간 떫으면서도 달콤한 그 맛 요즘 아니들은 누가 야산의 보리수를 따 먹을까? 이제는 나처럼 나이든 사람의 어린시절 향수다.

연등행렬 사진

5월 20일 종로에서 펼쳐진 연등행렬 야간 사진 연습을 위한 좋은 소재거리로 생각하고 참관했지만 한계를 절감한 시간이었다. 코로나가 풀리고 처음 열린 연등회여서 그런지 아니면 그전부터 이렇게 사람이 많았었는지 처음 참석한 나로서는 일 수 없었지만 상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인파에 놀라고 행사 참여 인원과 규모에 또 놀랐다. 단순히 불교 행사로만 생각했었는데 연등회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음을 처음 알게 된 내가 부끄럽다. 불자와 불교신도들이야 사명감에 긴 시간 행렬에 참석한 것이겠지만 구경하는 관중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더구나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다 모인 듯 연등회를 보러 온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은 것에 또 놀라운 밤이었다. 유등이나 청계천 유등처럼 한자리에 고정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