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17

인왕산에서 본 2022 서울세계불꽃축제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3년 만에 다시 열린 여의도 불꽃축제 서울세계불꽃축제2022는 일본, 이태리, 한국의 불꽃 장인들이 만든 폭죽을 쏘아 올렸다. 올해는 한강변 명소로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혼자서 호젓하게 볼 수 있는 인왕산으로 향했다. 2012년 처음 인왕산에서 본 불꽃축제 당시에는 나와 집사람 그리고 한두 명뿐이었다. 그때의 생각으로 기차바위에서 석양을 담고 정상으로 넘어갔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불길한 예감이 들더니 정상은 물론 예전의 내가 앉았던 자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치고 있었다. 이제 인왕산도 서울세계불꽃축제 관람 명소가 된 것인가? 정상에서 범바위에 이르는 남쪽 사면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세팅했지만 예전처럼 여유 있게 화..

큰줄흰나비

문빔에서 꿀을 빠는 큰줄흰나비. 하얀 바탕의 나비는 모두 배추흰나비인 줄 알았다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흰나비아과의 나비도 7종이나 있다니 하얀 나비의 동정도 만만찮은 일이다. 학창 시절 하얀 나비를 무척 좋아했다. 너무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김정호의 '하얀나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울함과 고독함이 절절히 묻어 나오는 그의 노래들에 심취했던 때 김세화의 '나비소녀' 등 70년대에는 나비 관련 노래들도 많았었다. 그래서 지금도 하얀나비 노랑나비를 보면 눈이 번쩍 뜨여지나 보다. 큰줄흰나비는 앞날개와 뒷날개의 시맥을 따라 검은 줄이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앞날개 뒷면의 검은색 무늬가 크게 발달되어 있고 뒷날개 아랫면이 노란색을 띠고 있는 암컷은 수컷과 구별하는 동정 포인트다. 1년에 3~4..

섬초롱꽃나물

#섬초롱꽃 울릉도 특산종인 섬초롱꽃 자생 야생화 중 이렇게 번식력이 높은 것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매년 많이 뽑아내 버려도 뽑아낸 것 이상으로 개체수가 늘어서 담장 밑과 축대 아래는 거의 섬초롱꽃 차지가 되어버렸다. 매년 뽑아서 버려버렸었는데 올해 초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섬초롱꽃 나물을 알게 되었다. 꽃을 보기 위해 심었던 야생화인데 너무 번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뽑아버리던 것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울릉도에서는 모시나물이라 부르나 본데 3~4월에 어린순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시금치나물처럼 무쳐내었다. 시험삼아 한 대접 정도의 양만 만들었지만 아삭하고 달보드레하면서 약간 쌉싸래한 맛이 매력적이다. 내년부터 우리 집 마당의 섬초롱꽃이 남아날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애기풀

#애기풀 자주 산책하던 산길 풀섶에서 작년에 처음으로 만났던 애기풀. 산과 들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 자라는 풀이라 주변에 키 작은 싸리나무 하나밖에 없었다. 게다가 줄기도 5개나 솟아 있을 만큼 생육 상태도 아주 좋았었다. 비록 풀섶에 약간 가려져 있었지만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라 사람의 손을 탈까 걱정했었다. 아뿔싸? 올해 찾아가 보니 사람이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멧돼지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뿌리 주변 대부분이 파헤쳐지고 단 한줄기 남은 애기풀이 애처로운 꽃을 피웠다. 그대로 두면 멧돼지의 공세에 내년에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만나자마자 2년 만에 이별이라니. 농작물뿐만 아니라 연약한 여러해살이풀들도 멧돼지의 폭증에 견뎌내기 어렵다.

마당에 찾아온 왕자팔랑나비

#왕자팔랑나비 올해 마당에 처음으로 나타난 왕자팔랑나비. 왕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줄점팔랑나비에 비해 나는 모습도 우아하다. 팔랑나비과의 나비는 지구상에 3,000여 종이 있고 그중 대한민국에는 26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줄점팔랑나비는 마당의 단골손님이다. 낮은 산지의 숲에 서식하는 왕자팔랑나비는 산자락을 산책할 때 종종 보기는 했지만 주택가의 마당에 나타나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앞날개에 흰 것 3개와 작은 것 5~7개의 흰 무늬가 있고 뒷날개의 앞면은 검은색이지만 남쪽에서는 흰 띠가 있는 경우가 많다. 큰세잎쥐손이의 분홍색 꽃에 앉은 것을 보니 흰색의 무늬는 얇은 막처럼 분홍색이 투과되어 보인다. 그동안 마당에서 볼 수 없었던 왕자팔랑나비의 출현은 마당의 생태계가 산지의 그..

섬백리향처럼 향기롭게

향기가 백리를 간다는 섬백리향 손바닥 가득 묻어 나오는 그 향기가 좋아서 마당에 심었었다. 그러나 마당을 온통 다 덮어버릴 듯한 기세로 빠르게 번져서 부담스러운 울릉도 특산 야생화이다. 바닷가 암벽에 붙어서 그 향기로 안개 속 뱃사람들의 눈이 되어주었다는 전설에 척박한 담장 위로 옮겨 심었다. 담장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백리향의 향기가 골목 저 입구부터 가득 차기를 바라며. 우리 집 앞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이 섬백리향처럼 향기롭게 살기를 바라며. 담장 위에 자라던 늙은 호박을 몰래 따갔던 사람도. 대문 밖에 걸린 으름덩굴의 갓 익은 으름을 몰래 따간 사람도. 모두가 섬백리향의 진한 향기에 취해 남의 것을 탐내는 불량한 태도를 버리고 향기롭게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