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2219

차나무 꽃 피다.

작년 여름 고향에서 캐왔던 차나무 노지월동이 안될 것 같아서 화분에 심었더니 올해 꽃을 다섯 송이나 피웠다. 작년 가을 알게 모르게 꽃 한 송이가 피었었는데 떨어진 후에야 알았었다. 비록 차나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파리는 시원찮게 자랐지만 그래도 성목을 이식하여 꽃을 피웠다는 것이 놀랍다. 물레나물목 차나무과의 상록교목 또는 관목인 차나무 성목인 차나무의 뿌리는 곁뿌리는 15~20cm이지만 직근성이라 본뿌리는 깊이 2~4m까지 들어간다. 그래서 성목을 이식하면 직근성 뿌리가 잘려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화분에서 살아남아서 올해 꽃까지 피웠으니 착근이 제대로 된 것일까? 집 근처 사찰에 차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는데 올해 보니 꽃이 많이 달렸다. 양지바른 곳이라 비교적 해가 잘 들고..

향기로운 쥐똥나무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매우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쥐똥나무 까맣게 익은 열매가 쥐똥처럼 생겼다고 그렇게 부르지만 작은 화분에 분재로 키워보고 싶은 나무다. 밑동이 굵은 쥐똥나무를 찾아 분재로 만드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새들이 마당에 떨어뜨리고 간 분변에서 싹을 틔운 쥐똥나무가 있어서 4년 전에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가로, 세로 10cm 정도의 사각 화분과 직경이 약 10cm 정도밖에 되지 않은 원형 작은 화분이라 장소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이동하기도 용이해서 이런 소분에 키우는 것이 좋다. 소분에 키우는 쥐똥나무가 다행히 죽지 않고 꽃을 피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월에 피는 쥐똥나무 꽃의 달콤한 향기를 거실에 그대로 들여놓을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좀돌팥

야생 팥 중 하나인 좀돌팥 열매가 작은 팥임에도 좀스럽다고 좀돌팥이라 부르니 종자가 얼마나 작다는 것인지! 새팥은 흔하게 보았었는데 좀돌팥은 처음이다.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달걀모양인 새팥의 잎과 달리 좀돌팥의 잎 모양은 달걀모양에서 피침형까지 변이가 심하다니 동정하기가 쉽지는 않겠다. 좀돌팥 잎은 좁은 피침형에 삼출 겹잎으로 찢긴 조각처럼 생기지 않고 가늘며 포가 선형으로 꽃받침보다 짧다. 씨의 배꼽 부분이 흰색이며 선명하게 위로 도드라지는 점이 새팥과 구별하는 동정 포인트이다. 우리나라는 야생콩의 보고라고 한다. 오늘날 전 세계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두인 미국의 콩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채종한 야생콩을 개량한 것이다. 생물주권이 확립되기 전의 일이니 이를 탓할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자생식물의 종을 ..

얼룩자주달개비,제브리나

처음 본 얼룩자주달개비 자주달개비 제브리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파리의 줄무늬가 아름다운 얼룩자주달개비는 얼룩말무늬를 닮아서 제브리나(Zebrina)로 부른다. 전 세계 약 85종의 자주달개비속 식물 중 양달개비라 부르는 자주달개비를 키우고 있는데 자주달개비는 잎이 길어서 화분에서 키우기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얼룩자주달개비는 꽃잎은 짧지만 덩굴성으로 줄기가 길게 늘어져서 관상용 걸개식물로 키우기에 적합한 것 같다. 게다가 꽃도 진한 분홍색에 하얀 꽃밥이 도드라져 보이니 꽃을 보기에도 좋을 듯싶다. 얼룩자주달개비 외에도 털달개비, 자주색달개비 등 관상용 화초로 많이 키운다. 외떡잎식물 분질배유목 닭의장풀과의 상록화초 학 명 : Tradescantia zebrina (Schinz) D.R.Hunt, Zebr..

으름

으름덩굴을 키운 지 4년 만에 올해 본격적으로 달린 으름 조선바나나라는 이름처럼 바나나 모양으로 무더기로 달렸다. 작년 처음 단 한 개만 달렸던 것을 누군가 훔쳐가버려서 많이 아쉬웠는데 올해는 마치 적선에 대한 보담이라도 하듯 풍성한 으름을 보여주었다. 어린 시절 먹어 보았던 고향의 달콤했던 으름 맛과 향기로운 으름덩굴 꽃의 향기가 그리워서 4년 전에 으름덩굴을 한 포기 심었었다. 으름은 머루, 다래 등과 함께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과일이다. 고향에서는 어름이라 불렀는데 잘 익어 벌어진 과육은 바나나처럼 맛있고 부드럽다. 다만 씨가 너무 많은 것이 흠이지만 으름덩굴이 있는 곳은 익은 열매를 따 먹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곤 했었다. 요즈음 으름덩굴을 개량하여 씨가 없는 것, 색깔이 보라색 ..

야트로파 인테게리마

어느 화원에서는 산호유동이라고 팔고 있는 야트로파 6년 전에 만났던 산호유동은 맨 아래 사진에 있는 종류로 학명이 Jatropha podagrica이다. 산호유동이라는 이름이 두산백과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바 국명으로 정식 등록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 식물은 같은 야트로파속이지만 종소명이 야트로파 인테게리마(integerrima)로 다르다. 그래서 산호유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되나 국명이 없어서 야트로파로 포스팅한다. 야트로파 인테게리마는 쿠바와 히스파니올라가 원산지로 보통 영명으로 peregrina 또는 spicy jatropha로 부른다. 야트로파속 식물은 다육식물, 관목, 나무 등 지구상에 약 170종 정도가 있다. 속명 야트로파는 '의사'를 뜻하는 그리스어 iatros와 '영양'을..

수염가래꽃

고향 논두렁에서 처음 만난 수염가래꽃 화초로 기르는 로벨리아속 식물로 지구상에 365~380종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숫잔대와 함께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수염가래꽃은 수염처럼 생긴 입술모양의 다섯 갈래의 꽃잎이 논을 치는 가래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습지나 침수지에 자란다. 이른 봄에 발아하여 가늘고 긴 포복줄기로 지표면을 기면서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어긋나는 두줄의 잎은 드문드문 달리고 좁은 피침형에 가장자리에 거치가 있다. 수염가래꽃은 눈두렁과 논바닥이 만나는 경계에 살면서 논농사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지만 모를 심고 논두렁에 물을 가두기 위해 논두렁을 논흙으로 고르게 덮어 방수 작업을 하는데 대게 이런 경우에 흙에 덮여버렸던 것인지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지냈음에도 처음 보..

여뀌바늘

올 9월 중순 벌초를 하기 위해 고향에 갔다가 버려진 논 가에서 처음 본 여뀌바늘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냈음에도 전혀 몰랐던 풀이다. 당시에는 이렇게 놀리는 논밭이 없었고 경작을 할 때는 잡초라면 보이는 대로 할아버지께서 다 제거하셨으니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여뀌바늘은 바늘꽃과의 한해살이풀로 논밭과 습지에서 자란다. 곧게 또는 비스듬히 서는 줄기는 키가 30~60cm이고 세로줄이 있고 붉은빛이 돈다. 어긋나는 잎은 바소꼴 또는 긴 타원모양의 바소꼴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잎자루 밑에 턱잎 같은 선체가 있다. 노란 꽃은 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피는데 꽃받침조각, 꽃잎, 수술은 4~5개씩이고 암술은 1개이다. 씨방은 꽃받침 밑에 있는데 열매가 원주형으로 익는다. 논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서 버려져 있..

다래나무

산책길에 만난 다래나무꽃 다래나무를 화분에 심어 키우고 있었는데 아마도 꽃이 있는 묘목을 올해 심은 것 같다. 몇 년 전 종로 5가 묘목 파는 곳에서 암수 한 그루씩을 사서 심었었는데 죽어버린 양다래나무가 생각난다. 고향에는 양다래나무가 노지에서 월동을 하고 열매까지 맺고 있어서 서울집 마당에 심었지만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그래서 그 후 다래나무를 구해 심고 싶었지만 이웃집에 있던 다래나무가 꽃도 없고 열매도 없다고 파버리는 것을 보고 포기했었다. 아마도 그집은 다래나무가 암수딴그루라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어야 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그때는 몰랐었으니 파버릴 거면 내게 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화분에 심어 키우는 다래나무가 결실이 제대로 되면 나도 화분에 심어 ..

분홍낮달맞이꽃

#분홍낮달맞이꽃 #낮달맞이꽃 마당에 난 야생화 몇 가지를 이웃집에 나눔 해주고 얻어 심은 분홍낮달맞이꽃 향기도 좋고 꽃도 보기 좋다. 예전에 황금낮말맞이꽃과 함께 심었던 적이 있지만 꽃 크기에 비해 연약한 줄기로 인해 옆으로 쓰러지는 줄기가 너무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좁은 화단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사지 않았었다. 황금낮달맞이나 분홍낮달맞이꽃은 꽃도 크고 가시성도 좋아서 관상용으로 화단에 많이 심는 화초들이다. 전 세계에 145종 정도가 있는 달맞이꽃속 식물들 중 낮에 꽃이 피고 밤에 시들어서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꽃이다. 미국 남동부지방이 원산지로 속명 Oenothera는 'wine seeker'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oinos thera에서 유래했고 종소명 'spec..